영화나 동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가득해 설레임이 가득한 섬, 우도.
일출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섬, 우도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은 어떨까.. 성산항에서 우도 도항선을 기다리는 동안에 마신 대합실의 자판기 커피로 일단 몸을 녹이며 설레임으로 가득한 사람들, 저마다 들뜬 표정으로 ‘우도’라는 섬을 찾는 기분이 새삼 이해가 되고.. 성산항을 빠져나오며 바라본 우도는 포근한 모습을 하고 있다. 10여분 남짓 하는 거리를 둔 본섬과 우도는 가까워 보이지만 가을과 겨울을 넘나드는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 듯하다.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길목을 차지한 우도는 은빛으로 물들어 반짝거리고, 조금씩 가까워지면 우도의 빨간 등대가 먼저 인사를 나눈다.
겨울에도 우도 곳곳에서는 해녀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 속으로 들어가기에는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분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들은 너무나 익숙한 모습으로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약해 보이면서도 강한 게 어머니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기까지 하는데...
검멀레 해안 가까운 곳에는 고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큰 동굴이라고 하는 동안경굴을 비롯해 낮에 굴 안에 보름달이 뜬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주간명월까지 둘러볼 수 있다. 그밖에 자연이 만들어낸 바위와 절벽, 그리고 동굴은 모두 신기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서 잠깐 검은 모래를 만져보기도 하고, 동굴 근처까지 거닐어 보는 것 또한 추억에 남을 것이다.
우도봉은 겨울을 한아름 안고 있는 오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치 외딴섬에 놓여진 느낌이 들 정도로 한적하기까지 하였다. 몇몇 여행객은 말을 타고 여유롭게 우도봉을 둘러보는 여유를 만끽하고, 몇몇은 최근에 세워진 ‘화엄경’ 영화비를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비양등대’에서는 인적이 드문 등대 밑에서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였다. 남자친구와 꼭 한 번 이 곳을 찾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서고..
우도에서 유명한 것이 있다면 ‘땅콩’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우도의 땅콩은 볶은 땅콩보다 갓 손질한 땅콩을 쪄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 때문에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어 그야말로 간식으로 제격이다. 또한, 이 곳에서는 소라, 미역, 각종 해산물 등이 유명하여 일부러 이러한 땅콩이나 미역 등을 사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우도의 밤은 조용하고 아늑하다.
섬을 가득 메운 어둠은 가로등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듯하고, 적막감마저 감도는 섬 자체가 차갑게 느껴질 것만 같다. 하지만, 나지막한 섬의 돌담길 사이는 바람이 잦아들어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밤에 더욱 하얗게 부서지는 서빈백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들게 되는데...
누군가 말하였다. “우도의 일출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안겨준다.”고... 그래서일까, 새해첫날 우도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우도에 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 때의 설렘처럼, 조심스럽게 다가간 우도봉은 언제나처럼 말이 없었다. 겨울바람은 언제나 박력이 있어 매섭게 불어오고... 이 순간을 견뎌내어 뜨겁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것은 어쩌면 어두운 새벽하늘을 보며 기다리는 보람이 저절로 생겨나기까지 한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이 곧 우도를 삼켜버릴 것 같다가 해가 떠오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맑게 변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우도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풍경이 아닐까. 우도에 있는 동안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소나기, 뜨거운 햇빛, 일렁이는 파도의 변덕이 매우 심했지만 우도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도 다 매력으로 돋보이는 섬. 이것이 ‘우도'의 겨울 모습이다.
겨울의 우도는 눈부신 일출과 바위틈으로 바람이 스미는 소리, 파도소리, 바닷바람이 한없이 일렁이는 차갑고 따뜻한 섬. 1박을 하면 좀 더 편하게 우도를 둘러볼 수 있는 매력이 있고, 하루 여행을 하면서 곳곳의 아름다움을 담아가는 것 또한 매력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다만, 섬이기 때문에 변덕스러운 날씨에 유념하여 입도하는 등 주의를 하면 여행은 더욱 즐거워진다.
섬이 아름다운 이유는 나름대로 소박함을 간직하여, 다분히 기계적이고 획일화되어 정서가 부족해지는 도시생활과는 달리 풋풋한 고향의 향기를 지닌다는 것이 전제되었을 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도를 둘러보며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편리함 속에 잊혀지고 파괴되어 가는 환경이었다. 골목의 돌담길 사이를 거닐 때의 느낌이 소중하게 떠올라 더욱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년에는 또 어떻게 변하게 될지... ‘우도’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박한 꿈을 담아내어 본다. 또다시 아침이 밝아오고 우도는 그렇게 그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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