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가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그와 마주해 앉았노라면 오름은 그 자리에 그렇게 있어
온 저마다의 몸짓으로 다가와 준다.
멀리 서는 그저 비슷비슷해 보이던 것들도
어느 하나 그 모양새,
차림새가 저만의 것 아닌 것이 없으며,
그 빚어내는 빛깔이며 바람결의 감촉마저 다르게 느껴진다.
그들이 간직한 숱한 이야기도
나그네의 귀를 기울이게 하는, 정 어린 속삭임이다.
- 김종철님의 「오름나그네」 서문 중에서-
한 여름, 옛날 시골 같은 쉼터로 돌아가
자연 속에 푹 빠져 볼 수 있기에 제주가 좋다.
휴양림의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이질감.
그것은 도시 생활에 찌든 여행객에게
일상의 잔혹함에 배어버린 감성을 비웃는 듯 하다.
하늘을 찌를 듯 뻗은 울창한 삼나무 숲과
녹음이 푸르른 이끼들.
폐 속을 파고드는 신선한 공기를 허겁지겁 들이키며,
좀처럼 밟아보지 못할 촉촉한 통나무 발판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산 깊은 곳에 와 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이곳 절물 자연휴양림은
30년 이상의 수령을 가진 삼나무, 소나무, 산뽕나무를 비롯,
각종 야생조류와 노루도 서식한다.
휴양림 중간에 있는 연못에는
금붕어와 자라도 살고 있다.
삼림욕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자연학습장으로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곳곳에 큰 나무 그늘에는 여행객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아주 잘 만들어져
가족단위로 이곳을 많이 찾는다.
나무가 한창 자라는 초여름부터 가을사이에는
몸에 좋은 피톤치드(phytoncide) 라는
방향성 물질이 발산이 되어 삼림욕에 더없이 좋다.
휴양림 안에는 절물 오름이 있다.
이 오름은 오래전 단하봉(丹霞峰), 사수악(寺水岳) 등으로 불렸는데,
오름으로 오르는 길에 약수암(藥水庵)이라는 암자가 있고,
그 동쪽에 "절물"이라고
물 맞이 약수터가 있어서 절물오름이라 연유한 것 같다.
이 약수터는 제주시가 지정한 제1호 약수터이기도 하다.
오름을 오르는 데는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등반로는 5세 이상의 아이들도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오르는데 약간 힘은 들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정상 부분이 동서로 길게 늘어져
주변 경관을 조망하기에는 그만이다.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그 시원함은 말로 표현키 힘들다.
등반을 하기 앞서 약수터에서 물을 긷고 올라가길 권한다.
정상에서 마시는 약수 또한 색다른 맛일 것이다.
절물 오름 동사면에는
움쑥 팬 분화구가 잡목과 가시덤불로 덮여 있어
말굽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오름 옆구리에 둥근꼴 화구가 남아 있는
특이한 형태를 보인다.
주봉에서 남동쪽 봉우리로
이어지는 안쪽은 잘록한 허리를 형성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마치 호리병 같은 산체를 이루고 있다.
▲ 절물오름을 마치고 돌아가는길에 한화리조트 입구 억새밭에서
더운 여름을 즐기는 방법 중에는
시원한 바다도 좋지만,
자연과 벗하며 땀을 흘릴 수 있는
오름 등반도 권해 볼만하다.
더욱이 자연휴양림이 있어
자연 체험과 함께 좋은 피서가 될 듯 싶다.
더욱이 제주시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조그마한 시간만 허락되어도
건강삼아 잠시 잠간 다녀올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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