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오름 오르고 나서 점심이나 먹을 요량으로
교래리로 쪽으로 향하는데 영인이동생이
물찻오름 하나 더오르고나서
관음사 휴게소에서 파전에 먹걸리나 한잔 하자고 하여
물찻오름을 �았다.
5.16도로에서 1112번 도로의 아름다운 녹색삼나무 길을 감상하며
가다보면 작은 길에 ‘물찻오름’ 팻말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기다리고 있다.
▲ 오늘 아침 낚시 갔다가 저에게 붙잡혀 산행하는 장서방님.
진입로는 재미있게도 나무마다 독특한 이름표가 걸려있어
걸어가면서 읽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나면 걸어볼 일이다.
▲ 바다에도 동출조도 잘가는 동생 김영인. 바다, 산, 사냥, 사진등 다재다능한 친구
4km남짓 포장과 비포장이 오가는 길을 가다보면 ‘
물찻오름’ 이라고 표시한 돌이 나온다.
사계절 항시 검은 물이 괴어 있고 숲이 우거져있다,
▲ 삼각대가 없어서 나무가지에 �혀서...
굼부리에 물이 괴어있고
주위로 약 둘레1km의 절벽이 둘러있어
‘찻’이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본다.
찻은 성(城)이라는 제주의 말…
이렇게 바위에 적혀있다.
▲ 오름 전망대에서 연신 감탄사를 해대는 장서방...
오래전에 활주로산악회회원들과 이오름을 처음 접했을땐
‘정말 이런 오름에 호수가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올라갔었던 기억을 하며 하는 산행은
공기가 신선하다 못해
코끝에서 머리끝까지 산소가 퍼지는 듯한
상쾌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것이 ‘살림욕’이란 것인가 보다.
▲ 장난기가 발동하여 타잔놀이하는 장서방님.
이제막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잎이
몸과 마음에 가을기운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아직은 여름의 녹음이 짙은 푸른 가을,
이제 얼마 없으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이 붉게 물들어 가겠죠.
▲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관들.
희귀한 꽃뿐만 아니라 오름의 생태학적 가치가 높아
학생들도 가끔 이 오름으로 생태학습을 온다고 하니
자연에서 배우는 것의 소중함을 알도록 하는
소중한 곳이기도 하다.
꽃과의 꿈길을 30여분쯤 오르면
누군가 정성스레 쌓아놓은 두개의 화산탄 탑과 함께
과연 둥우리모양의 호수가 눈앞에 나타났다.
내려다보이는 산정호수를 찾아내자
마치 숨바꼭질을 하고난 듯 반갑게 물가로 달려 내려갔다.
가까이서 보니 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넓고 깨끗하다.
▲ 분화구안 호수에서..
붉은 화산탄이 얇은 물에 씻겨져 더 붉게 보이고
조금 더 안으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물빛을 보인다.
산정호수로 발을 내딛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큰새둥우리에 아기새가 된 듯한
아담하고 포근한 안식처의 느낌이 든다.
멍해지는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깨끗한 물결에 잔잔히 햇살이 부서져 얼굴을 간지른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세상에 하늘과 나 그리고 호수만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물결 안에는 카펫을 깐 듯이 작년에 떨어진 잎들이
곤히 물 안에서 자고 있고
어린아이처럼 수심이 얇은 곳에 발을 담그고 손을 넣어 본다면
생생한 앨범처럼 호수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푸른 하늘의 흰구름이 살며시 들여다보고 가는
이 호수의 아늑함은 그 자체가 평온함인 듯
피곤한 몸과 마음을 비우고 다시 힘을 채워준다.
▲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
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낯설음과 자유.
수십년전 표고버섯농군이 풀어 놓았다던
붕어 몇 마리가 불어 붕어가 많이 살고 있다며
낚시를 들이우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 또 장난기가 발동하여 이번엔 할아버지가 산을 잘오르는 이유를 흉내내는 중.
그렇찮아도 오늘 같이한 장서방님이
아침에 바다에가서 낚시하던 낚시대가 있는데
갔고 올걸하며 웃음섞인 이야기를 한다.
▲ 관음사휴게소에서 바라본 한라산
붕어도 강태공도 볼 수가 없어서
왠지 아쉬웠지만 물가를 둘러보면서 더 아쉬웠던 것은
누군가 낚시를 한 흔적들이 쓰레기로 남아있어서였다.
적지만 군데군데 병과 쓰레기가 있었던 것이었다.
▲ 휴게소에 들려 파전에 막걸리와 국수 한그릇
깨끗하고 맑은 호수에 이런 것들은
참 어울리지가 않는다는 것을 새삼 일깨웠고
하늘아래 이 호수의 아름다움만큼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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