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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 ------…─• †/ ″```о♡ 트레킹엘범

동검은이 오름

 

 

들어가는 입구를 몰라 조대장님에게 전화로 물어물어 산행 

이 산행에서 마늘님이 같이 쉬는 날이면 매일 매일 같이 산행가자고...

바다에가는게 걱정 되는군요....

 

 

사면이 둥그렇고 층층이로 언덕진 데다

산상에서 사방으로 등성이가 뻗어나간 모습이

마치 거미집 비슷하다 하여

예부터 거미오름이라 불려 왔다.

 

어떻게 보면 여러 가닥의 등성이로 하여

거미 그 자체의 형상에 비유했었는지도 모르며

일명 동검은 오름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송당리 서쪽에도 검은 오름이 있음에 따라

 이를 서검은 오름, 거미 오름을 동검은 오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보통 동검은이(오름)라고 부르고 있다.

한자로는 동거문악(東居門岳),

동거문이악(東居門伊岳)으로 표기돼 있으며

어떤 기록에는 거미 주자를 쓴 주악(蛛岳)이라는 표기도 볼 수 있다.

(김종철 씨 오름나그네 中 )

 

 

360여개의 수많은 오름들은 언제나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

같은 오름일지라도 동서남북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  

동거미 오름 역시 보는 곳에 따라

느낌이 다른 오름 중의 하나이다.

동거미를 오르기 위해 목장평야를 지난다.  

 

 

주봉을 향해 오르다 높다란 구릉지대에서

잠시 쉬면서 고개를 돌리니

수많은 전경들이 와 안긴다.

저 멀리 바다의 수평선을 배경으로

제주 동부의 오름 지도를 펼친 듯

여러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은 오름, 장엄한 느낌의 분화구가 있는 다랑쉬 오름,

손지 오름은 나무들이 말갈기처럼

쭉 이어져 내려오고 있고,

 용이 누웠다는 이름처럼이나

부드러운 곡선을 한껏 자랑하는 용눈이 오름…

 

그 뿐이랴 멀리 성산일출봉이

신비로운 실루엣으로 옷자락을 바다에 담고 있다.

 동검은이 발치의 평지에는

장난감 같은 얼룩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그림 그 자체인 전경에 숨을 돌리려다 숨이 막혀버린다.  

 

 

한라산 쪽에서 바다 방향으로 봐라 볼 때는

주봉과 화구의 모습이 높고 거친 느낌이지만

그 반대편인 16번 도로에서 바라보면

완만한 능선위에 두개의 뾰족한 도깨비뿔 모양을 하고 있어

신기한 동검은이오름.

 

 

막상 주봉에 올라보면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깊은 분화구와

알오름들이 나타나 놀라게 한다.

길게 이어진 봉우리의 등성이와

푹 파인 3개의 화구들은 정상에서 보면

70~80m는 되어 보이는 분화구와 복합형 화구들,

들쭉날쭉 심한 굴곡을 이루는 오름 자락에는

수 없이 널려 있는 알오름들이 변화무쌍한 오름의 모습을 연출한다.

 

 

봉우리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보이지만

그 양 옆으로는 가파른 절벽을 내려뜨리고 있다.

독특한 알오름들의 모습에 몇 개나 되나 세어 보려고도 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거미처럼 뻗어 나온 오름과

알오름들의 모습을 찬찬히 훑으며 감상할 뿐이다.

여기선 높은 오름도 다랑쉬 오름도 꽤 만만하게 보인다.

대지로 흐르는 구름들이 시간의 흐름을

더 느리게 하는 그런 풍경과 함께….

 

 

솜털같은 구름이 드믄드믄 지나가는 풍경은

먼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얼룩소들의 무늬처럼

오름들의 어깨를 성큼성큼 밟고 지나간다.

 

 

오름을 오르며 들꽃들은

그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그 키를 낮추고 고개를 숙인다.

바람결에 나도 고개를 숙인다.

 

 

닮아가는 모양에 나도 들꽃이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스친다.

바늘 엉겅퀴의 진한 보랏빛이 어지럽게

바람에 흔들리고 여기저기 깊이 묻혀

 

 

그자체가 오름인지 바위인지 알 수 없는

하얀 돌들과 함께 붉은 찔레열매,

퇴색되어가는 엉겅퀴들이

바람과 들꽃의 정원을 만들고 있다.  

 

 

하늘과 오름 사이에는 네댓 마리의 매들만이

넓은 날개를 활짝 펼쳐 하늘위에 멈춰 활공을 하고 있다.

바람에 모자를 쥐고서 올라야 하는

오름 위의 나는 매의 기상과 여유는 참 부럽고 인상적이다.

하늘위에서 본 우리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새들은 바람이 없으면 활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바람이 불어도 오름을 오를 수 있다.

오히려 바람이 없으면

제주 오름의 매력을 느낄 수 없다는 말처럼

오름을 쓸어내리는 바람이

대지의 향기를 더 신선하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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