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장은 요즘 입맛이 없다. 더위 탓이 아니다. 임원 인사를 앞두고 두 명의 후보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
첫 후보자는 영업 3팀을 이끌며 독보적 성과를 내고 있는 김독불 부장!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열정과 추진력 덕분에 3년 연속 목표 130%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의 성격이 문제다. 워낙 자신감이 넘치다 보니 '함께' 하기보다는 '끌고' 가는 것이 김 부장의 업무 스타일. 그래서 동료들이 그와 함께 일하는 걸 불편해하는 눈치다. 그리고 호불호가 명확해 본인의 확신이 서지 않는 일에 '시동' 걸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눈에 들어온 두 번째 후보자, 영업 1팀의 박호남 부장! 박 부장 주변은 항상 사람들로 넘친다. 신입 직원들도 박 부장과는 편안하게 얘기할 정도로 묘한 힘이 있다. 하지만 실적이 문제다. 지난 몇 년 동안 목표 달성은 해 왔다. 하지만 임원이라면 뭔가 눈에 띄는 성과를 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에 확신이 안 선다. '화력(火力)' 좋은 문제아인가, 무난한 모범생인가. 인생극장 같은 갈림길에서 나 사장은 오늘도 아침 밥상을 물렸다.
■해법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으면 참 좋으련만, 인생의 선택은 항상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인 때가 많다. 김독불 부장을 승진시키자니 불도저 같은 그의 성격이 걸리고, 박호남 부장을 고르자니 고만고만한 성과가 아쉽고.
그런데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조직에선 실적이 곧 인격이다. 임원은 실적으로 말한다.' 이들에게 나 사장이 부닥친 문제는 문제도 아니다. 선택은 당연히 최고 실적의 김독불 부장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정답일까? 김 부장이 임원이 됐을 때를 그려보자. 임원회의 시간, 김 부장은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열변을 토한다. 하지만 다른 임원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왜? 그들은 김 부장의 부하 직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원에겐 성과와 함께 다른 자질이 필요하다. 바로 '태도'라는 지표다. 이를 가장 잘 실천한 CEO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의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 현 일본항공 회장이다. 그는 사람을 평가할 때 가치관·태도·능력, 이 세 가지를 본다고 했다. 중요한 건 세 가지의 '합'이 아닌 '곱'으로 판단한다는 것. 곱셈은 덧셈과 달리 하나라도 '0'이면 그 답도 '0'이다.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태도가 '꽝'이면 승진은 남의 얘기라는 뜻이다.
GE(General Electric)도 마찬가지다. GE의 리더십 가치평가 항목에 직무 능력과 함께 비전·성실성 등 태도 항목이 포함돼 있다. 직무와 태도 모두 높거나 낮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키우거나 자르면 되니까. 문제는 둘 중 하나만 높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것. GE의 선택은 명확하다. 태도 점수는 높은데 직무 점수가 낮다면 다른 팀으로의 이동 등으로 새로운 기회를 준다. 그러나 태도 점수가 낮다면 아무리 직무 능력이 높아도 위험한 인물로 간주해 교체한다.
기업이 단기적 성과만 생각하면 무조건 실적이 우선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기업을 운영하려면 태도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실적과 태도는 덧셈이 아닌, 곱셈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실적과 태도 중에서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태도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가 말했다. "부정적인 태도의 직원, 즉 '또라이' 직원 한 명 때문에 회사는 1년에 16만달러의 손실이 생긴다." 그런데 수십, 수백 명의 직원을 이끄는 임원에게 다분히 '또라이' 기질이 있다면? 그 피해는 상상 초월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잭 웰치는 단언했다. "기업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경영 성과가 좋지만 가치관은 없는 사람이다."
자,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임원 후보자. 그들의 가치관은 몇 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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