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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오름은 가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오름이다. 바람코지라도 되는 듯 휘몰아치는 제주바람과 억새벌판으로 환상적인 가을그림을 그려내고, 높고 파란 하늘과 지척으로 다가올 듯한 한라산, 그리고 남태평양의 푸르름이 넘치는 바다까지… 오름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가 한 덩어리로 녹아있는 오름, 우보오름은 유치원생 꼬마도 오를 만큼 나지막하여 제주가을 여행 중 잠시 짬을 내서 꼭 올라볼만한 오름이다.
오름이 없었다면 제주의 자연이 이만큼… 제주에서 오름은 독특한 제주만의 자연비경이자 야생화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숨어있는 들꽃과 눈 맞춤하며, 억새밭을 지나, 숲길을 거닐어 분화구 가장자리에 서면 중문관광단지와 서귀포 앞바다가 보이는 시원한 풍경이 가슴을 열어 제치고 큰 숨을 들이키게 한다. 동으로는 한라산과 구름이 담소중이고, 북으로는 병악오름, 모라이악, 영아리오름 등 오름이 줄줄이 능선을 잇고 있다. 한라산을 보다가 몸만 돌려세우면 남태평양 앞바다와 그 위에 떠있는 섬을 볼 수 있는 오름, 가을만 되면 우보오름의 억새들판과 시원한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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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牛步)는 소의 걸음이란 뜻으로, 느린 걸음을 이르는 말이다. 서귀포에 위치한 나지막한 오름인 우보오름은 동쪽 아부오름과 함께 비고가 낮아 쉽게 오를 수 있는 오름이다. 어찌 보면 아부오름보다 더 완만한 경사로 가을을 즐기기에 이만큼 편안한 오름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얼마 오르지도 않아 정상에 도달하고, 땅에서 보는 경치와 오름 위에서 만나는 경치가 신기할 정도로 확연히 달라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낮은 언덕배기 오름이든, 높다란 오름이든 오르고 또 올라 오름 자체의 美에 매료되고, 그곳에서 수많은 오름이 만들어내는 제주의 들녘과 이를 품고 있는 한라산, 쪽빛 비단치마 휘휘 둘러 제주 섬을 감싸고 있는 바다를 그리도 보고파하는 것이리라.
드넓은 고사리밭과 억새벌판~ 오름 초입에 들어서면 봄철에 명절이나 잔치 때 쓰기 위해 열심히 따러 다녔던 맛좋기로 유명한 제주산고사리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고사리는 연한 새순이 올라오는 봄에 따야만 한다. 가을철 고사리는 새서 먹지를 못한다. 고사리 중에서 그늘아래서 자라는 먹고사리와 달리 들판에서 햇빛과 바람에 노출되어 키가 작게 자라는 백고사리는 한웅큼 따기에도 꽤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어른들이 말하기를 쫄깃거리고 쌉쌀한 것이 제대로 고사리맛이 난다고 한다. 이런 백고사리가 아이들 키만큼 훌쩍 자라서는 누군가 일부러 가꾼 듯 무성하게 고사리밭을 이루고 있다.
혹시나 봄에 이곳을 다시 찾게 된다면 필히 고사리 담을 봉지하나 챙겨서 고사리수확을 수월찮게 해볼 요량이다. 평지인 고사리밭을 지나니 얕은 경사면이 나타난다. 억새밭사이로 한 사람 지날만한 작은 오솔길이 정상까지 나있다. 땀이 흐를 새도 없이 정상에 도착하고 보니 눈앞에 온통 억새벌판이 나타난다. 늦은 가을 억새꽃이 피어나 은빛 물결을 이루고 그 위로는 한라산이 그림처럼 자리한 모습은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올만큼 멋진 광경이다. 우보오름은 가을 내음이 가득하여, 특히 연인이 함께 억새밭에서 가을낭만을 만끽하기에 그만일 듯하다.
초원, 억새, 숲이 달려가 만나는 바다. 억새밭 좌측으로는 넓고 평평한 초원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져 있다. 뮤지컬영화 “사운드오브뮤직”에서 주인공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며 내달렸던 알프스의 드넓은 초원이 연상된다. 초원 위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노래 부르며 뛰어다녀 보는 것도 근사하지 않을까 싶다. 옛 영화의 추억을 떠올리며….
우보오름은 말굽형 분화구이다. 여인의 허리춤처럼 나긋하게 휘어진 굼부리가 동쪽으로 툭 터져있고 분화구 안에는 과수원이 조성되어 있다. 억새와 가을하늘을 맘껏 감상하다 우측 굼부리를 따라 억새밭사이를 헤치고 걸어보았다. 제주억새에 기생하는 야고가 꽃분홍빛 연지를 바른듯 고운 색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제주의 오름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오름에 피어난 수많은 들꽃의 소박함을 만날 수 있어 오름 오르는 묘미가 각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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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남태평양, 오름(군산), 그리고 억새밭을 거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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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관광단지와 서귀포앞바다가 보이는 풍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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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에 기생하는 붉은 빛 야고의 소박한 아름다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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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느끼기에 이만한 오름이 쉽지 않다. 가을 억새밭에서 추억을 쌓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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