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비탈에는 비자나무도 곳곳에 자라고 있으며
무성한 조릿대는 위로 오를수록 가슴 높이까지 우거져
이를 헤엄치듯 헤쳐 나가야 한다.
호젓한 숲속에서 난데없이 짖어대는 노루소리에 놀라기도 한다.
- 김종철의 오름나그네 중에서 -
2008, 10, 25 (토)
우리집의 세 여자분들과 함께 아들 축구시합하는데 갔다가
조그마한 시간이 허락되어서 제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노꼬메오름을 찾았다.
두 봉우리의 위압감이 당당하고, 터져 나온 분화구 자락이 시원한 오름
제주시에서 서귀포방향으로 평화로(95번)를 신나게 달리다보면
왼편으로 시선을 끄는 웅장한 오름이 보인다.
' 놉꼬메,노꼬메 '라 쓰여져 있는 돌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차를 타고 시멘트길을 1km정도 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에 차를 세워두고 정비 해둔 등산로를 따라 등산을 하면 된다.
남·북 양쪽의 뾰족한 봉우리가 연결하는
능선의 모양이나 한쪽으로 툭 터져 나온 듯한
굼부리의 형세가 인상적인 오름이다.
두 개의 오름이 나란히 벗하여
형제오름이라고도 불리는 오름으로
오른쪽의 큰 오름을 노꼬메라고 하고
왼쪽의 작은 오름을 족은노꼬메라고 칭한다.
`노꼬’의 정확한 뜻은 전해지지 않지만
녹고악(鹿古岳·鹿高岳)으로 한자 표기되기에
사슴이 살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수월 녹고의 눈물을 떠올리게 되는
수월봉(노꼬물 오름)이 연관되어 생각나기도 한다.
노꼬메 오름 산행은
목장길 따라 5분,
본격적인 오름을 오르는데 만도
40분이 소요되는 만만치 않은 코스이다.
서부를 대표할 만한 높이와 정상에서 볼 수 있는
풍광의 아름다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노꼬메 오름을 즐겨 오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곳이 등산로 입구로 오솔길을 들어서면
하늘을 향해 쑥쑥 자란 나무들과
이를 타고 올라간 담쟁이 넝쿨이
자연 속에 들어가는 나에게 숲내음을 한가득 안겨준다.
숲터널에서는 내가 보이고 오름 정상에 서면 탐라국이 보인다.
밖에서 이 오름을 볼 때도 양쪽 사면이 급경사를 이룸을 알 수 있는데
오르는 동안 등을 살며시 적셔오는 땀방울을 느낄 수 있다.
울창한 숲이 계속 이어지고,
중간 중간 약간의 난코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하다고 할 수 있다.
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제대로 된 하늘 보기는 쉽지 않은 숲터널!
삼림욕에 그만인 코스임이 분명하다.
그 속에 오롯이 서면 무엇이 보이겠는가?
오직 보이느니 숲이고,
간간히 비치는 하늘이 귀한 곳!
그 안에는 내가 있다.
자신을 찬찬히 돌아 볼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숲이 끝나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먼저 이르게 되는 남쪽 봉우리를 따라 걷는 길에는 조릿대가 지천이다.
능선을 둥글게 돌아가며 달라지는 한라산과
오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주변 풍경에 매혹되면서
북쪽 봉우리에 가까이 다가가면
제주시내의 모습과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한라산이 내 품으로 쏟아지고
제주 서쪽 해안은 그대로 뛰어들고 싶은 바닷물이 된다.
한라산이 전하는 봄의 울림이 나를 통과하여 바다로 내달리는 듯하다.
이곳에서는 족은노꼬메의 울창한 숲의 바다를 볼 수 있는데
작아도 여물어서 노꼬메보다 오르기 쉽지 않다고 하더니만
그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연과 일체되는 휴식의 시간
정상에 오르니 조용히 쉬고 싶어진다.
땀 흘리고 올라온 산행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너무나 시원한 공기와 내 삶의 체증까지 확 내려가 버릴 것 같은
풍경에 편안히 빠져들고 싶어서이다.
말이 필요 없는 시간! 나는 자연과 하나 되는 무념무상에 빠졌다.
▲ 한라산이 내 품으로 쏟아질 것 같은 노꼬메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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