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 / 춘천마라톤
2012. 10. 28 (일)
직원들이랑 가을의 전설 춘천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호반의 도시 춘천, 이름만으로도 정이 가고 단풍으로 물든 의암호 소양강변을 도는 환상적인 코스가 나를 더욱 끌리게 했다.
10km는 이미 여러 번 경험을 했고 풀(42.195km)은 전혀 경험이 없어 이왕이면 하는 맘으로 풀을 신청을 했습니다.
막상 풀을 신청하고 나니 걱정부터 앞섰다.
너무나도 부족한 연습량, 경험이 전무...
나름 클럽 연습 때 선배님들에게 조언도 듣고,
직원들 이랑도 춘천마라톤을 위한 연습을 나름 했어도 연습량이 너무 부족하다.
출전 날이 다가올수록 설렘으로 가득하다.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마라톤 택배가 도착.
춘천마라톤 배번호를 받아든 순간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다짐과 각오 심지어 사명감마저 마음에 다가 섭니다.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홈피가 잘되어 있어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살펴보고 동봉된 책자도 유심히 봤습니다.
드디어 대회 전날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풀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오히려 설렘과 들뜬 마음이 가득하다.
버스타고 춘천으로 가는 길은 이미 어둠이 깔리고 빗방울이 차창을 때립니다.
숙소는 대회장에서 가까운 모텔인데 총무가 잘 정했구나 생각 된다.
대회 전날이고 잠자리가 바뀌어서 잠을 설쳐 새벽 3시에 기상....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인 듯 4시 되니까 전부 기상하여 동이 뜰 무렵 대회장을 둘러보기로 하여 밖을 나섰다.
온갖 단풍으로 깊어 가는 가을을 물들이고, 물안개가 아침을 깨우고 있었고
노란 은행잎으로 채워진 춘천은 베니스가 부럽지 않은 도시였습니다.
도착하는 전날은 밤중이고 비가 오는 날씨여서
별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대회 당일의 새벽 아침은 외갓집 같은 정겨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화장실 위치, 물품보관소, 칩 반납장소등 확인하고 일찍 아침식사를 하였다.
출전 준비를 마치고 대회장으로 나섰다.
2만 5천명이 집결하는 대회장소.
대회시간이 다가올수록 많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많은 사람들 얼굴 표정에서는 비장함과 결의감이 느껴집니다.
몸을 풀기 위해 호반로를 달리는데
흑인 외국인들이 몸을 풀기 위해 달리는 모습이
정말 키도 크고 100m 달리기를 하듯 달리는 게
저게 바로 에이스 선수들이구나 생각 들더라고요.
출발 후 35분 후에야 제가 속한 H그룹이 출발 하였습니다.
2012년 10월 28일 09시 35분!
나의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이 시작 되었습니다.
이미 시작되어서인지 떨리거나 두려움 같은 마음은 들지가 않았습니다.
수많은 마라토너들과 더불어 그냥 묻어서 출발.
5km까지 달리는데 시작부터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에
경사도 만만치 않아 정말 쉽지만은 않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초반이라 힘겹다는 생각은 들지가 않았습니다.
클럽 선배님들이 초반 페이스를 잘 유지하라는 충고대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고요함이 흐르는 강과 온갖 단풍으로 물든 모습들을 보며
10km, 20km까지 별 무리 없이 달려 나갔습니다.
20km가 넘어 서니까 다리가 아프기 시작하고
힘이 들기 시작 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걷는 모습도 보입니다.
신매대교를 달리는데 어느 사람이 중간에서 바리케트 틈사이로 돌아서 가 길래
지친 마음에 나도 그냥 돌아서 갈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배번도 달았고, 클럽 유니폼도 입었는데 차마 그렇게는 못하고 달렸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반환점에 칩 리딩이 안되면 기록이 안 나온 다네요.
어휴 큰일 날 뻔 했네...
27km지점인가요.
춘천댐을 오르는 경사가 있는데
춘마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많이 걷는 다고 하여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가기에 난 제치는 맛에 조금은 힘을 내어 달렸습니다...
그냥 오버 페이스....
교만함이 나를 더 힘들게 합니다. ㅠㅠ
왼쪽 허벅지 안쪽으로 쥐가 나 길래
길옆 작은 벤치에 앉아 쥐를 풀려고 하니
허벅지가 돌보다도 더 딱딱해져 주무르기조차 힘이 들고 고통이.... ㅠㅠ
안 아파본 사람은 모를 겁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 아픔을 참고 걷다 시피 뛰니까 쥐가 조금은 풀리더라고요.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 뛰고 있는데 뒤에서
“제주 파이팅!”을 하며
“성산포 우다. 무사 발이 아프우과?”
“아까 다리에 쥐난 마씨.”
“오기 전에 고양이탕이라도 먹엉 올거 아니우과?”
힘들어도 웃으면서 뛰게 되네요.
춘천댐 옆에는 회수용 버스가 저승사자처럼 대기중이였는데
같이 달리던 사람들이 버스로 향하는 것을 보고 제 마음도 갈등을 하네요.
춘천댐과 회수버스를 가차 없이 외면하고 다시 내리막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조금은 급경사의 내리막을 달리는데
신발을 벗고 아예 주저 않거나 누워 계신 분들이 많이 보이더니 갈수록 더해지더군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내 마음도 갈등으로 가득해집니다.
포기 할까. 걸어갈까. 배번 때고 버스 탈까. 자전거가 보이니 자전거를 빌려 탈까....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유혹으로 다가 섭니다.
내 의지가 약해질까 두려워
나와 페이스가 같은 사람의 뒤에서 그 사람의 발꿈치만 바라보고 뛰어도 봤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들을 유혹하는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내 의지를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혹하는 것들을 안쳐다보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되겠네요.
2.5km지점마다 음료와 간식은 충분하였습니다.
간식이나 물을 마시려는 목적이 아니라
너무 치쳐서 그것으로 조금은 쉴 목적으로 급수대가 안보이나 하며 뛰었습니다.
35km을 넘어서니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닙니다.
나의 의지대로 안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다리를 원망합니다.
다리를 원망하니 바로 내 자신을 원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임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감도 세상과 한 몸 되어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내 맘대로 안 된다고 세상을 원망하며 살아갑니다.
세상을 원망하면 바로 내자신을 원망하는 것일 겁니다.
다시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어느덧 이제는 연습을 위해 달렸던 집에서 신촌 구간정도의 거리가 남았다.
몇 분만 있으면 도착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좀처럼 쉽게 오지가 않습니다.
도심을 지나는 코스라 일반 시민들께서도 응원과 함께 음료도 주고 하네요.
어느 아줌마가 아이와 함께 달리는 아빠를 응원하러 나왔는지
응원을 하며 콜라를 주기에 마시며 도저히 힘이 들어 걸었습니다.
50m를 걸었는데 다리가 더 아프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뛰려니 다리가 마비되는 듯 제대로 구부려 지지가 않네요.
어느 정도 뛰니까 다리가 풀리면서 제페이스로 뛰어 집니다.
조금을 달리니까 소양교가 나타납니다.
소양교를 지나면서는 이상하게
처음달리는 느낌처럼 몸이 가볍다는 느낌입니다.
피니쉬 라인을 향해 달려 나갔습니다.
약 800m지점에서 10km를 뛴 동료가 마중을 나와
나를 페이스메이커해 주며 골인을 하여
나의 첫 풀코스 완주를 장식하였습니다.
4시간 53분 01초.......
저의 첫 완주 성적입니다.
미약합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기8:7)
나의 도전은 이미 시작 되었습니다.
저에게 응원을 보내 주신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기쁨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