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초를 가다 ◈
아마도 이번 주말부터 제주남성의 대다수는
산으로,
들로 벌초를 하러 다니느라 바쁘겠지요.
제주도에서는 이만때만 되면 선조들의 산의 풀을 제거하고
산을 정비하는 벌초를 하게된다.
저의 집안은 기독교 집안이라 제사는 안 지내지만
제주 속담에 “식께(제사)
안 한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는 말이 있지요.
제주사람이라면 모두들 벌초 때
한번쯤은 들어본 말일 것입니다.
주기적으로 1년에 한번씩 하는 것이지만
제사는 지내지 않아도 남이 모르지만
벌초는 안하면 금방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얘기지요.
어느 묘에 벌초가 되어 있지 않으면
후손을 욕하고 나무라기 일쑤랍니다.
그런 비난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조상의 묘에 벌초를 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여겨서
반드시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각시킬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요
제주에서 벌초는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랍니다.
벌초 때가 되면 서울, 강원, 부산 등 전국에 흩어져 있던
친척들이 고향을 찾아와 벌초를 하지요.
그뿐 아닙니다.
심지어는 일본 등 외국에 사는 친척들도 찾아오는 걸 보면
제주의 벌초는 단순한 풀 베기가 아니지요.
제 친한 친구 녀석도 올 추석 때는
부득이 고향집을 찾아오지 못하지만
이번 주말 ‘모둠벌초’에는 내려온답니다.
모둠벌초’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시네요.
‘모둠벌초’란 음력 8월 1일쯤에 친척들이 한데 모여
조상의 묘를 찾아다니며 벌초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요새 ‘모둠벌초’는 음력 8월 1일을 고집하기보다는
이날을 전후로 휴일에 주로 하지만 음력 15일을 넘겨서는
안되겠죠.
청명, 한식, 추석 등 1년에 한두 차례 이상 벌초를 하는
다른 지방과 달리 제주는 1년에 한번 음력 8월 1일부터
15일 사이에 벌초를 하는 것이 오랜
관례지요.
이때 벌초를 하는 이유는 ‘백로’가 되면 찬바람이 불어
풀의 성장속도가 더디어 베어낸 풀이 아무리 자라도
씨앗을 맺지 못하기 때문이라네요.
우리 조상님들의 생활의 지혜가 느껴지지 않나요?
이름모를 꽃이 산옆에 아담스럽게 피어있다.
이번 주말부터 자녀들을 데리고 벌초에 나서보세요.
큰 아버지의 산소에도 많은 풀들이 자라있다.
풀 한 포기를 벨 때마다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고
섬기는 마음가짐을 자녀들에게 심어주고
자신의 뿌리에 대해 가르쳐 주세요.
큰 어머니도 승대도 정성스럽게 산의 풀을 깍고...
또 집안에서 컴퓨터 등에만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에게
가을이 다가오는 제주의 오름과 들판을 보여주면서
제주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느끼게 해주세요.
외 할머니의 산소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이야
모두들 똑같겠지만 생각을 바꿔 보면
벌초하러 가는 길이 결코
지겹고 힘든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6,25 전쟁 중에 전사 하신 큰 아버지의 산소
“어때요? 이번 주말 온가족이 함께 소분(벌초)하러
가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산소
벌초를 다마치고
갈비집에서 정심도 맛있게....
정말로 수고들 하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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