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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의 몽상(夢想)

 

겨울산의 몽상(夢想)  

                            詩 : 박 장 락

어둠이 걷힌 후 태양이 빛을 내리면

구름 속 감춰져 있던 하늘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
구름계단을 오르면,
억만 겁의 세월이 빚어낸 풍경에 빠져
자신이 살던 땅으로 내려가는 것마저 잊어버린다

슬픔과 분노가 삭풍(朔風)으로 휘몰아치고
기아와 질병, 탐욕으로 가득한
인간의 땅과는 다른 겨울 산에 오르며
자신을 버림으로써 모든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가슴 속으로 절절하게 파고드는
이름 모를 새가 부르짖는 노랫소리와,
한 시절 아름다운 자태로 손짓하던
들꽃의 화무(花舞)에 빠져드는 순간,
몸은 갈대와 같고 머리 위에 내리는 운무(雲霧)는
사슴 등줄기 같은 능선을 뛰어 노니는 신선이 된다

몽상(夢想)에서 깨어나는 겨울산
나목의 잔가지가 서리꽃으로 날갯짓하면
무수한 별이 쏟아져 내린다
바람은 구름 속 몸을 숨기고,
봉우리는 굴뚝 연기처럼 흐릿하게 빛날 즈음
나약한 자신을 발견하고

하늘로 통하는 길을 찾아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