角石 李勝國 2009. 2. 2. 19:33

Oreum Story용눈이오름

 

2009. 2. 2 (월)

한 없이 따스한 자연의 부드러운..   

 

오름(기생화산)은 제주를 찾는 이들에겐 이젠 더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다. 제주도에 있는 360여개의 오름들은

각각의 특색과 개성으로 유혹한다. "용눈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오름을 찾아가 보았다.

 

용이 누웠던 자리같다고 해서 용눈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오름을 찾으며 한국영화에 화제가 되었던 ‘용가리’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만약 용가리가 제주도 어딘가에 살았더라면 바로 이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얄궂은 생각과 함께..

이곳을 가기 위해선 버스 노선이 없으므로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리쪽으로 가다가 수산방향으로 20여분 정도 가다보면 왼쪽에 ‘용눈이향유화자생지’라는 하얀팻말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용눈이 오름 입구인데 비포장된 진흙길을 따라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걷기편한 운동화는 필수다.  풀밭을 지나 밭 옆으로 조심히 걷다보면 철조망이 보이는데 우선 겁먹기 일쑤지만 소가 오름에서 풀을 뜯다가 밭가지 내려와 농작물을 망쳐놓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안심하고 조심히 넘어가야 한다.

 

오름을 보다 쉽게 오르기 위해서는 대각선 형태로 S자를 그리며 걸어야 미끄러지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풀들 사이로, 방아깨비와 메뚜기가 무릎에 와 부딪히는데 징그럽기보다는 왠지 귀엽다.

가끔씩 쉬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시원하게 뚫린 세상이 보이는데 각 높이마다 보이는 모습들은 이상하리만치 색다르고, 미처 보이지 않았던 세상들이 있다.

다소 숨이 막히고 힘이 바질 무렵, 그저 오름 봉우리일 것 같에 서면 제주도에 이런 숨겨진 보물이 있었구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치 공룡의 커다란 알 세 개가 나란히 파묻혔던 자리인 듯 둥글고 부드러운 분화구가 어미공룡을 기다리는 것처럼 움푹 패어 있다.  어찌나 부드럽게 보이는지 오히려 군데군데 깍이고 패여야 정상일 것 같은 분화구들은 어느 곳 하나 꺽임없이 부드럽다.  풀룻의 부드럽고 서정적인 음정처럼..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오름 주위를 한바퀴 돌아보자. 이곳 어디쯤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누웠을 용의 모습을 상상하며...

오름 앞에는 다랑쉬 오름이 이끈다랑쉬를 거느리고 솟아있고 왼편에는 손지오름이 특이한 X자 모양의 삼나무를 뽐내고 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내려올 때는 급한 경사 때문에 동쪽의 능선으로 돌아서 내려와야 다소 편하다.

몸은 지치지만 가슴 벅차게 흐뭇한 광경을 본 것 만으로 흡족한 오름여행.

다음번엔 어떤 오름이 기다리고 있을지.....대하며